그리스 영화 「 일요일은 참으세요 」는 1960년에 만들어진 흑백 코메디 영화에요. 그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은 걸작이에요. 무엇보다, 아주 재밌습니다. 그리스 음악, 춤, 분위기, 농담이 유쾌하게 잘 버무려져 있어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에 사는 “일리아”라는 여자에요. 일리아는 매춘부인데요. “매춘부”라는 말을 듣고 혹시 ‘비극적인 여주인공’을 떠올렸나요? 그렇다면 영화의 첫 장면부터 그 섣부른 상상이 여지없이 깨질 거에요.
일리아는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일하면서 자기 삶을 즐기는 여자에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일리아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면 그녀의 손님이 될 수 없어요. 일요일엔 절대로 일을 하지 않고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신나는 파티를 열어요. 그녀의 취미는 그리스 연극 관람. 특히 그리스 고전 비극을 좋아해요. 아테네 시내에 있는 고대 원형 극장에서 그리스 비극이 공연되는 날이면 무조건 휴무!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극장으로 달려가는 일리아입니다.
일리아가 자기 뜻대로 삶을 즐기며 살아가던 어느 날, 미국인 철학자 “호머”가 피레우스 항구에 나타나면서 갈등이 생겨요. 호머는 일리아처럼 이렇게 아름답고 생기넘치는 여자가 창녀라는 사실을 못 견뎌해요. ‘피그말리온 효과‘를 믿는 호머는 일리아를 설득해 매춘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인 것처럼 일리아를 “교화”시키려고 사력을 다합니다. 과연…… 호머가 원하는 대로 일리아가 매춘을 그만두었을까요? 이후 이야기의 전개와 영화의 결말은 비밀로 남겨둘게요 🙂
“새가 악보를 읽을 수 있나요?”
영화 「 일요일은 참으세요 」 중에서
“아니요.”
“그렇다고 새가 노래 부르는 걸 멈춰야 할까요?”
소설 혹은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인상 깊게 감상했던 사람이라면, 일리아와 호머를 보면서 조르바와 두목을 떠올릴지도 모르겠어요. 느끼는 삶, 생생한 삶을 사는 일리아의 눈빛은 조르바의 그것과 빼닮았고요. 삶이 아닌 책 속의 지식과 도덕 관념의 틀에 묻혀 있는 호머의 고뇌는 영락없이 두목의 목소리처럼 들려요.
멜리나 메르쿠리 – 칸 여우주연상 수상, 그리스 장관이 된 여배우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에서 일리아 캐릭터를 연기한 사람은 멜리나 메르쿠리라고 하는 그리스 배우에요.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로 멜리나 메르쿠리는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어요. 멜리나 메르쿠리는 이 영화에서 상대역을 맡은 배우이자 감독인 줄스 다신과 결혼하고 함께 영화 작업을 했어요. 이후 멜리나 메르쿠리는 그리스 민주화 물결 속에서 정치가가 되었고, 훗날 그리스 문화부 장관을 지냈어요. 그리스인들이 깊이 아끼고 사랑하는 배우이자 가수이자 정치인, 멜리나 메르쿠리.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영화 주제가 「피레아스의 아이들 」
멜리나 메르쿠리가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에서 직접 부른 이 영화의 주제가 「피레아스의 아이들 Τα Παιδιά του Πειραιά」은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받았어요. 외국어 영화가 오스카상 주제가 부문에서 수상한 최초의 사례라고 해요. 그리스 작곡가 마노스 하지다키스가 작곡한 이 노래는 여러 언어로 번안되었고, 나나 무스쿠리를 포함한 많은 가수들에 의해 커버되면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일요일은 참으세요’의 주제가 “Ta Pediá tou Pireá 피레아스의 아이들”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가 만들어졌을 때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지만, 어쩐 일인지 당시 한국에서는 상영되지 않았다고 해요. 기회가 닿으면 한 번 쯤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에요. 이번 주 일요일, 그리스 영화 한 편 어때요? 아! 일요일은 참으세요 🙂
p.s. 참고로, 이 영화의 그리스어 제목은 Ποτέ την Κυριακή, 영어 제목은 Never on Sunday 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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