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의 폐막식에서 영화 《펄프 픽션》 주제가 멜로디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어요. “어랏? 이 노래가 여기서 왜 나와?” 알다시피 《펄프 픽션》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미국’ 영화니까요. 그리스에서 열린 올림픽 폐막식에 미국 영화의 주제가가 울려 퍼졌으니 놀랄 법도 하지요. 하지만, 그 노래는 사실….
펄프 픽션 주제가? 그리스 레베티코!
오래된 그리스 노래에요! “미시를루”라고 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뿌리는 100년 전 지중해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지중해 동남부(오늘날의 그리스, 터키 등을 포함하는 지역)에서 구전되던 민요 중 하나였다고 해요. 많은 민요가 그렇듯이 누가 처음 “미시를루”를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20년대 그리스인 레베티코 음악가들이 연주하고 노래한 것이 최초로 녹음된 미시를루로 남아있어요.
1920년대 그리스 레베티코 음악가가 연주한 미시를루
미시를루: 매혹적인 사랑 노래
“미시를루”라는 노래 제목은 “이집트 여자”를 뜻해요. 이집트 사람을 뜻하는 터키어 Mısırlı를 그리스식으로 발음한 것이 미시를루입니다. 이집트 여자와 사랑에 빠진 이의 격정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곡이에요. 미시를루의 멜로디는 단순하면서도 관능적인데요. 가사 또한 “불꽃이 피어”오르고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Μισιρλού 미시를루 (이집트 여자)
Μισιρλού μου, η γλυκιά σου η ματιά
나의 미시룰루, 당신의 달콤한 눈빛이
φλόγα μου `χει ανάψει μες στην καρδιά
내 심장 속에 불꽃을 피워요
αχ για χαμπίμπι, αχ για λελέλι, αχ
아흐 야 하비비, 아흐 야 렐렐리, 아흐 (아랍어: 오 내 사랑, 오 나의 밤)
τα δυο σου χείλη στάζουνε μέλι, αχ
당신의 두 입술에서 꿀이 뚝뚝 떨어져요, 아아
Αχ, Μισιρλού, (μαγική ξωτική ομορφιά)
아아, 미시를루, (마술같은 요정같은 아름다움)
τρέλα θα μου `ρθει, δεν υποφέρω πια
미쳐버릴 것 같아요, 더는 견딜 수 없어요
αχ, θα σε κλέψω μέσ’ απ’ την Αραπιά
아아, 나는 당신을 아라비아에서 훔칠 거에요
Μαυρομάτα Μισιρλού μου τρελή
눈이 까만, 나의 미칠듯한 미시를루
η ζωή μου αλλάζει μ’ ένα φιλί
내 인생이 한 번의 키스로 바뀌고 있어요
αχ για χαμπίμπι, μ’ ένα φιλάκι, αχ
아흐 야 하비비(오 내 사랑), 한 번의 작은 키스에, 아아
απ’ το δικό σου το στοματάκι, αχ
당신의 그 작은 입으로부터, 아아
다양한 장르로 퍼져나간 미시를루
1920년대초 그리스 레베티코 음악가인 테토스 디미스리아디스Τέτος Δημητριάδης가 미국에서 이 노래를 처음 소개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많은 음악가들이 이 노래의 황홀하고도 이국적인 멜로디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각자의 장르에서 이 노래를 다양한 스타일로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1941년 니코스 루바니스 Νίκος Ρουμπάνης는 오케스트라 재즈 버전의 미시를루를 발표했고, 1946년 얀 아우구스트 Jan August가 발표한 미시를루 피아노 곡은 빌보드 차트에서 히트를 치기도 했어요. 또한, 아랍계 음악가인 마에스트로 Clovis el-Hajj는 이 노래의 아랍어 버전을 연주했습니다.
1940년대 발표된 아랍 버전의 미시를루
딕 데일이 불러온 미시를루의 파도
결정적으로 1962년, 미국의 락 기타리스트 딕 데일 Dick Dale이 락 기타 버전의 미시를루를 발표해요. 이에 영감을 받은 락 밴드 비치 보이스가 그들의 두 번째 앨범 《Surfin’ U.S.A.》에서 미시를루를 연주하는 등 미시를루의 다양한 변주가 곳곳에 퍼져나갑니다. 한때 지중해 동부 떠돌이 음악가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던 사랑 노래가, 수십 년 후 캘리포니아 바닷가에 넘실대는 서프락으로 변신한 것이죠!
1963년 발표된 비치 보이스의 앨범 《Surfin’ U.S.A.》에 수록된 미시를루
미시를루, 펄프 픽션에 삽입되다
그 후 다시 한 세대가 지난 1994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 《펄프 픽션》 도입부에 딕 데일이 연주한 미시를루 기타 연주를 넣었어요. 알다시피 《펄프 픽션》 은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미시를루’는 잊을 수 없는 음악이 되었죠. 이후 이 음악은 수많은 영화와 텔레비전과 광고에 삽입되어 우리 귀에 점점 더 익숙하게 되었고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쯤 이 노래를 들어보았을 것 같아요. 제목을 모를지라도 말예요.
영화 《펄프 픽션 》 (1994)에 삽입된 딕 데일의 미시를루
금의환향한 올림픽과 미시를루
그로부터 십 년 후인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폐회식에서 그리스 가수 안나 비시 Άννα Βίσση가 미시를루를 불렀어요. 갑자기 왜 《펄프 픽션》 주제가가 흘러 나오는지 의아해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미시를루의 유래를 알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노래의 귀환을 반가워하며 환영했어요.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에 올림픽이 돌아왔듯이, 세대를 거쳐 세계 곳곳에 전파되었던 미시를루가 고향에 다시 돌아온 것을 말예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폐막식 ‘미시를루’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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